영장치기

한국무속신앙사전
중병에 걸린 환자를 치유하려는 목적을 가진 무속제의. 달리 ‘영장(永葬)’, ‘헛장[虛葬]’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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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에 걸린 환자를 치유하려는 목적을 가진 무속제의. 달리 ‘영장(永葬)’, ‘헛장[虛葬]’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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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호
정의중병에 걸린 환자를 치유하려는 목적을 가진 무속제의. 달리 ‘영장(永葬)’, ‘헛장[虛葬]’이라고도 불린다.
내용초상집이나 혼인집에 갔다 온 후 크게 아플 경우가 있다. 이때 무당이 영장치기를 통하여 환자를 치유한다. 영장치기는 크게 아픈 환자의 치유를 위해 모의적인 시체매장의식을 치르고, 환자를 대신하여 짚으로 만든 [인형](/topic/인형)인 제웅과 닭을 대신 땅속에 묻는다. 세 차례 반복되는 모의적 시체매장의식 모두가 장례를 본뜨고 있다. 이러한 행위에는 제웅과 닭이 환자의 병을 [가지](/topic/가지)고 대신 죽고, 환자만은 쾌유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영장치기는 모의적 시체매장의식, 제웅이나 닭을 [대수대명](/topic/대수대명)(代數代命)으로 사용한다는 점 등이황해도 태송굿과 유사한 점이 많다.
지역사례1967년 5월 17일 ‘서울 지역’의 무녀 문덕순을 조사한 김태곤에 의해 영장치기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환자의 집 [마당](/topic/마당) 한가운데에 작은 구덩이 세 개를 만든다. 그리고 첫 번째 구덩이에 [초석](/topic/초석)을 깔고 환자를 눕힌다. 환자의 가슴에는 50cm 정도 크기의 짚인형 제웅이 안겨 있다. 제웅에는 환자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넣고, 환자의 나이 수대로 100원권 지폐를 넣어 짚으로 묶어서 환자의 [속옷](/topic/속옷)을 입혀 놓는다. 그런 다음 환자를 흰 홑이불로 시체처럼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는다. 그 옆에는 닭 한 마리를 놓아둔다. 닭에게 환자의 나이 수에 맞게 쌀알을 세어 환자의 입에 물렸다가 먹인다. 이는 환자를 대신해 받아가는 반함(飯含)을 의미한다.

닭의 발과 날개쭉지를 묶고, 묶인 날개쭉지 안에 환자의 생시ㆍ성명과 [대수대명](/topic/대수대명)이라 쓴 종이를 찔러 넣는다. 누워있는 환자 앞에는 [백지](/topic/백지)(白紙)를 깔고 제물을 차려 놓는다. 제물은 밥 7무더기를 놓고 그 위에 각각 100원권 1장씩 꽂는다. 밥 옆에는 각각 콩나물을 볶아서 놓는다. 막걸리도 3잔을 부어 놓고 명태 3마리를 잔 위에 걸쳐 놓는다. 술잔 옆 한 귀퉁이에는 조밥을 1보시기 분량 정도 놓는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가상적 시체매장의식이 벌어진다. 무당이 환자의 머리, 배, 발 부분에 흙을 한 삽씩 떠서 얹는다. 이는 무당이 환자를 시체로 간주하고 땅 속에 묻는 것을 상징하는 행위이다. 이어서 닭의 발목을 잡고 땅에 찧으며 환자 주위를 돌면서 [달구질](/topic/달구질)을 한다. 이것은 시체를 땅에 묻고 흙을 다지는 달구질을 상징한다. 이때 무당은 환자의 생시ㆍ성명과 아픈 연유를 대며 병을 걷어 달라고 축원한다. 조사된 축원의 내용은 “본향제융, 그 고랑산 부군제융, 상산제융, 불사제융님, 조상대감 본향상산대감, 불사대감님, 초상상문 추당살 맞었으니 왼추당 참겨 내추당 참겨 모두 벳겨 주십소사. 오늘 본향제융님이 쉰살 먹은 권명대주 대수대명 받아 [가지](/topic/가지)구 땅 속으로 든 본(本)이구, 쉰살 먹은 권명대주 이씨는 난 본(本)이올습니다…”이다. 이렇게 축원하고 제웅이 환자의 액운을 대신 맡아서 죽어 땅속으로 들어가 묻히고, 환자는 그 결과로 해서 다시 세상에 나오게 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일종의 시체매장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을 두 번째 구덩이와 세 번째 구덩이에 걸쳐 반복한다. 즉 두 번째 파놓은 구덩이 위로 누워있는 환자가 초석과 함께 홑이불로 씌운 그대로 옮겨서 제물도 누워 있는 환자 앞에다 그대로 옮겨놓고 진설한다. 무당이 구덩이에서 파낸 흙을 삽으로 떠서 환자의 머리, 배, 발 세 곳에다 또 얹어 놓는다. 무당이 첫 번째와 같이 축원하면서 환자의 주위를 돌며 닭의 발목을 잡고 땅을 찧으면서 달구질한다. 이렇게 두 번째 의식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세 번째 파놓은 구덩이 위로 환자를 초석과 함께 옮겨 놓고 제물도 전과 같이 그대로 옮겨 놓는다. 무당이 전과 동일하게 환자 위에다 삽으로 흙을 떠서 얹고 닭으로 달구질을 한다.

이렇게 세 번에 걸친 반복적인 시체매장의식이 끝나면 무당은 진설해 놓은 조밥을 환자의 머리 위에다 뿌리며 잡귀들이 물러가라는 축원을 한다. 이것은 출상(出喪)할 때 조밥을 풀어헤쳐 잡귀를 물리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축원이 끝나면 뚝배기를 하나 엎어 놓고 왼발로 밟아 깨트린다. 이것은 출상 때 시체를 담은 관이 [문지방](/topic/문지방)을 넘으면서 바가지나 뚝배기를 밟아 깨트리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뚝배기를 밟아 깨트린 후 환자는 지금까지 안고 있던 제웅을 홑이불 안에 남겨 놓고 누운 채 발치 쪽으로 발부터 빠져나온다. 그러면 무당이 닭의 다리를 잡고 닭을 허공으로 던진다. 닭이 땅에 떨어져 머리가 밖을 향할 때까지 몇 번이고 던진다. 닭의 머리가 밖을 향해 떨어져야 환자의 병 기운이 나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닭의 머리가 밖을 향하게 되면 무당은 제웅과 닭을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 땅에 묻는다. 환자를 대신해 제웅과 닭을 영장시키는 것이다. 영장치기를 한 후 [병굿](/topic/병굿)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병굿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영장치기란 이름으로 조사된 것은 앞에서 정리된 서울 지역의 사례가 유일하다. 그런데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황해도 무당 김황룡에 의해 연행된 태송굿이 영장치기와 유사한 사례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중병에 걸린 환자를 가매장하는 방식이나 제웅과 닭을 대수대명으로 설정하여 처리하는 방식이 서울 지역의 영장치기와 유사하다. 태송굿은 [신청울림](/topic/신청울림), 산거리, 석함맞이, 부정거리, 칠성거리, 성주거리, [영정](/topic/영정)거리, 소대감거리, 성수거리, 타살거리, 대감거리, 달고거리, 조상거리, 뒷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달고거리가 영장치기와 흡사하다.

달고거리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우선 사방의 산에서 각각 3되쯤 되는 흙을 가져다가 화상실 앞에 파 놓은 광정의 네 방위에 곱게 쌓아 놓는다. 닭 또는 정업이([허수아비](/topic/허수아비))에 병자의 손톱과 발톱을 잘라 오색 헝겊에 싸서 매달아 병자와 함께 광정에 뉘어 놓고 그 위에 오방기를 덮은 다음 [삼베](/topic/삼베)를 씌우고 홑이불을 덮는다. 세왕상과 [사자상](/topic/사자상)을 차려놓은 다음 가족들은 상제옷을 입고 상정막대기를 짚고 병자의 발치 쪽에 선다. 이어서 무당이 만수받이, 내림, 공수를 하고 난 뒤 병자가 누워 있는 광정을 돌면서 달고소리를 한다. 무당이 앞장[서고](/topic/서고) 병자의 가족들이 뒤따른다. 가족들은 사방에 쌓아둔 흙을 조금씩 집어서 병자 위에 뿌린 후 받는 소리를 하면서 상정막대기로 땅을 다지는 시늉을 한다. 달고소리가 끝나면 무당이 춤을 추고 병이 어느 날부터 낫기 시작하겠다는 공수를 준다. 그러면 가족들은 병자를 집 안으로 옮겨 놓고 대수대명을 보내는 닭 또는 정업이를 광정 안에 넣어둔 채로 흙을 덮어 광정을 메운다.

병에 걸리거나 나쁜 액운이 닥친 사람의 목숨이나 액운을 대신하는 존재를 대수대명이라 한다. 대수대명은 말 그대로 사람의 목숨과 신체 또는 운수와 목숨을 대신하는 것이다. 중병에 걸린 환자의 병을 떠안고 가는 대수대명의 존재를 설정하고, 이를 땅에 묻는 과정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영장치기와 태송굿은 유사하다. 다만 태송굿은 황해도굿의 형식으로서 좀 더 확대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영장치기와 다른 점이다. 영장치기의 경우 병굿과 결합되어 진행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서울식 병굿과 결합되어 확대된 영장치기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문헌한국무속연구 (김태곤, 집문당, 1981)
한국민간신앙연구 (김태곤, 집문당, 1983)
한국의 굿 (이선주, 민속원, 1996)
전통연행예술과 [인형](/topic/인형)오브제 (허용호, 민속원, 2004)
문화재청제9호 은산별신제 전승자 기·예능 조사보고서1997
화산문화은산별신제이필영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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