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삼설양굿

한국무속신앙사전
순천삼설양굿
[삼설양](/topic/삼설양)굿은 대개 병이 든 가족이 있을 때 하는 ‘치병굿’을 이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보았을 때 그런 굿 중에서 후반부에 행해지는 굿거리. 이 굿은 전라남도의 남동부 지역인 순천·보성·고흥·광양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다. 2008년 12월 26일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되었으며, 기능보[유자](/topic/유자)는 [박경자](/topic/박경자)이다.
definition
[삼설양](/topic/삼설양)굿은 대개 병이 든 가족이 있을 때 하는 ‘치병굿’을 이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보았을 때 그런 굿 중에서 후반부에 행해지는 굿거리. 이 굿은 전라남도의 남동부 지역인 순천·보성·고흥·광양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다. 2008년 12월 26일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되었으며, 기능보[유자](/topic/유자)는 [박경자](/topic/박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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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
정의[삼설양](/topic/삼설양)굿은 대개 병이 든 가족이 있을 때 하는 ‘치병굿’을 이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보았을 때 그런 굿 중에서 후반부에 행해지는 굿거리. 이 굿은 전라남도의 남동부 지역인 순천·보성·고흥·광양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다. 2008년 12월 26일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되었으며, 기능보[유자](/topic/유자)는 [박경자](/topic/박경자)이다.
내용[삼설양](/topic/삼설양)굿은 마지막 거리인 배송굿을 앞두고 굿 말미에 무녀와 [악사](/topic/악사)들이 [재담](/topic/재담)을 주고받으면서 진행된다. 무녀는 굿판에 얻어먹으러 온 여러 잡귀의 배역을 맡고, 악사들은 그런 잡귀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는 역할을 한다. 등장하는 잡귀는 10여 명이지만 주관하는 무녀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삼설양굿이 진행되면 매번 상황이 바뀌면서 10여명의 잡귀 가운데 1인씩 등장하여 악사들과 재담을 나누고 들어가고, 다음의 잡귀가 등장하면서 반복된다. 잡귀의 역할은 한 무녀가 전담할 수도 있고 여러 무녀가 나누어 맡기도 한다.

잡귀로 분장한 무녀는 굿청에 들어오고 나갈 때 악사들의 반주에 맞춰 춤을 추어 보인다. 대개의 잡귀들은 정상인과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춤 역시 그 역할에 맞춰 추게 된다. 예를 들면 봉사잡귀가 들어오면서는 지팡이를 들고 이리저리 짚어가면서 춤을 춰보이고, 아이를 낳다 죽은 잡귀가 들어올 때는 [치마](/topic/치마) 속에 바[가지](/topic/가지)를 감추고 뒤로 몸을 젖힌 상태로 어정쩡한 춤을 추면서 들어오고 나간다. 입장춤-재담-퇴장춤이 반복되는 형식이며, 해당되는 잡귀에 따라 분장이나 소도구가 달라진다. 강신무의 경우 [장군](/topic/장군)복이나 대감복을 갖춰 입는 것으로 신격 전환을 가시화하지만, 삼설양굿의 [세습무](/topic/세습무)들은 매우 전형화된 간소한 소도구나 탈을 쓰는 것으로 전환을 이루어낸다. 예를 들면 목을 매 죽은 귀신의 경우 목에 새끼줄을 걸고 나오고, 도깨비의 경우 한 줌 짚의 중간부분을 꺾어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전환을 이룬다. 예전에는 삼설양굿에서 탈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탈을 쓰는 예가 없어졌다고 한다.

1999년 순천시민회관에서 행해진 삼설양굿의 순서와 진행 내용을 이경엽 교수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순서 | 배역[장면] | 연기자[巫] |분장 및 소도구 | 내용 |
| -------- | -------- | -------- | -------- | -------- |
| 1 | 도시 | 박경자 | 손대, 바가지 | 한 손에 손대를 들고 반주에 맞춰 등장한 도시가 악사와 재담한 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춤을 추며 퇴장 |
| 2 | 한량 | 박경장 | 부채, 담뱃대, 바가지 | 부채질을 하며 춤추며 등장. 악사와 재담한 후 춤추며 퇴장 |
| 3 | 총각 | 한양심 | 짚으로 만든 남근 | 남근을 잡고 과장되게 내보이며 무녀와 성행위 흉내를 냄. 총각으로 죽게 된 원한을 말하고 위로를 받은 후 춤추며 퇴장 |
| 4 | 처녀 | 김명례 | 흰 손수건 |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 처녀귀신이 자신의 원한을 말하자 악사가 총각의 행적을 알려주고 뒤따라 가게 함. 춤추며 퇴장. 요잡바라 |
| 5 | 꼽추 | 황광엽 | 바가지를 등에 넣어 혹을 만듦 | 등에 혹이 불룩한 꼽추의 모습으로 등장. 악사와 재담한 후 혹을 해체하고 음식을 먹으며 퇴장 |
| 6 | 총 맞고 죽은자 | 한양심 | 목총 | 목총을 들고 사방을 겨누고 다님. 총에 맞고 죽은 사연을 악사에게 말하고 위로를 받은 후 춤추며 퇴장 |
| 7 | 소동패 | 김명례 | 소고(바가지) | 바가지를 소고 삼아 치며 등장. 소동패니까 노래 잘하고 춤을 잘 춘다며 소리를 함. [단가](/topic/단가)와 [민요](/topic/민요)를 부름. 무녀의 권주가를 안주 삼아 술을 얻어먹고 음식을 대접받은 뒤 춤추며 퇴장 |
| 8 | 벙[어리](/topic/어리) | 한양심 | | 벙어리 흉내를 내며 들어오다가 [신발](/topic/신발) 한 짝을 잃고 악사에게 신발값을 달라는 시늉을 함. 신발값을 주자 말문이 트이고 축원을 한 후 춤추며 퇴장 |
| 9 | 목매고 죽은자 | 황광엽 | 새끼줄 | 새끼줄을 목에 걸고 죽은 사람 흉내를 내며 등장. 자신의 사연을 하소연하고 재담을 주고받은 후 음식을 먹고 춤추며 퇴장 |
| 10 | 수사자 | 한양심 | | 헤엄을 치는 흉내를 내며 등장. 자신의 사연을 밝힌 뒤 재담을 주고받은 후 춤추며 퇴장 |
| 11 | 임산부 | 김명례 | 배에 바가지를 넣어 임신부처럼 꾸밈 | 배를 감싸쥐고 등장하여 애를 낳겠다고 하자 악사가 ‘지앙풀이’를 부르라고 함. 지앙풀이를 하고 신음하다가 ‘바가지’를 낳음. 다른 무녀가 바가지를 들고 복과 재수를 주는 물건이라며 바가지를 팔고서 춤추며 퇴장 |
| 12 | 봉사 | 박경자 | 지팡이 |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봉사 흉내를 내며 등장. 악사가 앞에 강이 있다고 멈추게 한 다음,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강타령’을 불러야 한다고 말함. 노래를 부르고 강을 건너니 눈이 뜨이게 됨. 봉사는 즐거워 지팡이를 던지고 춤추며 퇴장 |
| 13 | 도채비 | 박경자 | 짚으로 도깨비 형상을 꾸밈 | 짚으로 만든 관을 머리에 쓰고 허리와 팔 다리에도 짚을 감고 등장. 춤추다가 퇴장 |
| 14 | 도수 | 김명례 | 식칼 2자루, 도까, 바가지 | 환자를 머리에 바가지를 씌우고 굿청 중앙에 앉힘. 도수역을 하는 무녀가 식칼과 도끼 등으로 잡귀와 잡신을 내쫓고 복을 불러오는 축원을 함 |



이상과 같이 무녀들이 잡귀로 의장하여 차례로 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면서, 이때 잡귀와 악사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말들이 매우 해학적이어서 굿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한다. 2007년 10월 20일 순천시에서 [박경자](/topic/박경자) 무녀가 주무가 되어 시연한 삼설양굿 중에서 이경엽 교수가 채록한 몽달(총각)귀신 장면의 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조무 : 벌렁 벌렁 춤 춘 귀신이 왔는가 어쩠는가.
무녀 : 나 누군고니는 내가 총각 죽은 몽달이 혼신이오.
악사 : 워매~
무녀 : 장개도 못가고 장개는 가고자퍼 죽겄는디.
악사 : 총각귀신 몽달이 왔다고?
무녀 : 누가 장개를 안 보내 준께 거들먹 거들먹 해갖고 건들거리고 여기 와가꼬 어디 이쁜 처녀나 좀 있으면 어치게 쪼까 보듬아보까 싶어서 건들건들하고 와서
악사 : 여기 쎄부렀소.
무녀 : 둘러놓고 보니 보듬고 갈 처녀가, 보듬어 볼 처녀가 하나도 없네. 꽃같은 처녀가 있으면 하나 보듬아 보것는데
악사: 골라갖고 이녁 맘대로 골라갖고 둘이고 서이고 데꼬가.
조무: 아 지금은 없어, 없어. 항. 저승에가 있는디.
무녀: 없어? 총각 죽은 몽달이 혼신이 처녀를 한번 보듬어봐야 저승을 가지, 안 보듬어보면 저승을 못간대여.
조무: 이따 오면 맞춰드릴게.
무녀: “니는 여자 한번도 못 보듬어 본 놈이 먼 저승을 왔냐.” 그러고 저승에서 쫓아내면 나 꼼짝도 못하고 쫓겨 나와야 돼. 긍께 하나 보듬어야 한디.
조무: 몽달혼신을 못 면했제.
무녀: 요 할매를 보듬자니 늙어서 못 보듬겄고. 요 할매 보듬어블까?
악사: 보듬어버려. 좋구만.
무녀: 좋아?
조무: 이따가 오면 맞춰줄게 지금은 없어.
악사: 안 해. 지금 골라 얼른.
무녀: 총각 죽은 몽달혼신이 여그 우둥둥 소리에 왔다가 처녀는 없어서 못 보듬어 봤어도 배가 고픈께, 만반진수로 많이 먹고 우리 순천을 나가 쪼깐 둘러본께 노총각이 쎄뿐네 장개를 못 가갖고. 아이고 그냥 마흔 살이 넘고 오십 살이 넘은 총각들이 그냥 버글버글 하고 그냥 외국 장가간다고 외국 가시네 닐라리 삐짝 빼뜨락한 가시네들한테 장가를 가고 그냥 난리가 났는데 말이여. 오늘 이 총각 죽은 몽달혼신이 와서 여기 와서 술이랑 많이 묵고 감시롱 뒷물 몰카노면 순천 앞으로는 노총각 없어.
조무: 장개 다 가게 해주소.
무녀: 아따 장개 다 가고 노처녀 없이 시집 다 가게 뒷물 몰카놓고 가네~
조무: 잘 가시오.

이렇듯 대화 중에서 귀신의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생략된 간략 분장만으로도 관중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충분하다. 또한 재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각각의 귀신은 차려진 제물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을 연출한다. 우리나라에서 [조상신](/topic/조상신)을 위한 집안 제사나 차례를 모실 때도 제물이 중심이 되지만 귀신들을 대접하는 최상의 접대 역시 음식이라는 관념이 우리 민족의 종교의식에 깔려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삼설양굿은 소박한 형태의 연극으로서 원시종합예술적 성격이 강하다. 춤과 재담,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잡귀와 인간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이완시키는 기능을 맡는다. 잡귀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이다. 그런 존재를 불러서 하소연을 들어주고 굶주린 배를 채워 준다는 것에는 혹시 끼칠지도 모를 해악을 막고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삼설양굿의 이러한 연극적 형태가 그림으로 그려진 다른 예가 보인다. 불교의 수륙재에서 거는 감로탱이 그것이다. 감로탱은 상단, 중단, 하단으로 나뉘어 있다. 하단에는 죽음의 세계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그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갖가지 사고로 죽은 귀신들의 형상이다. 즉 삼설양굿에 등장하는 귀신들과 유사한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사례[삼설양](/topic/삼설양)굿처럼 억울하게 죽었거나 신원이 되지 못한 귀신들을 위하는 굿은 다른 지역의 무속의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호남의 서해안 지역에 전승되는 [마을](/topic/마을)굿 형태의 무속의례인 수륙재가 대표적이다. 이영금 박사의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굿의 마[무리](/topic/무리) 과정에서 치르는 중천맥이가 바로 삼설양굿과 동일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경상도나 강원도 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는 [별신굿](/topic/별신굿) 마무리 과정의 [거리제](/topic/거리제) 역시 동일한 형식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무속에서 전국적으로 거의 공통으로 나타나는 잡귀에 대한 무극적(巫劇的) 처리방법은 무속 고유의 귀령관보다 동양 또는 한국의 보편적인 귀령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계속되었던 [팔관회](/topic/팔관회), 불교의 수륙재, 유교의 여제(厲祭)가 모두 신원이 되지 못한 귀신을 위하는 사회적 의례였다. 또한 각 가정에서 제사나 차례를 모시고 나서 [제상](/topic/제상)에서 음식을 조금씩 떼어내 [대문](/topic/대문) 밖에 짚을 깔아 그 위에 부어두는 것도 모두 잡귀를 위하는 의례적 형식이다. 잡귀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양귀법(禳鬼法)을 통해 제압하는가 하면 삼설양굿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잡귀를 달래고 위해주는 공귀법(恭鬼法)도 우리 민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참고문헌한국무가집 3 (김태곤, 집문당, 1978)
순천지역의 [삼설양](/topic/삼설양)굿 조사연구 (최덕원 외, 순천대논문집 2, 순천대학교, 1983)
한국무가집 (김태곤, 집문당, 1992)
씻김굿무가 (이경엽, 박이정, 2000)
전북씻김굿 (이영금, 민속원, 2007)
남해안별신굿(KBS 코리아, 2003년 4월 15일 방영)
대원사팔도굿황루시1992
국립민속박물관큰무당 우옥주 유품1995
도서출판 民俗苑한국의 굿하효길 외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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