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리기

한국무속신앙사전
동제(洞祭)에 초대받지 못했어도 몰려든 [잡귀잡신](/topic/잡귀잡신)을 동신(洞神)에게 바치고 남은 찌꺼기 제물로 풀어먹인 뒤에 [마을](/topic/마을) 바깥으로 내치는 마을신앙의 마지막 절차. 마을의 화평을 위해 산신을 비롯한 여러 동신의 호의(好意)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언제라도 마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인 잡귀잡신을 내쫓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주기적으로 마을에서 잡귀잡신을 구축(驅逐)하여 마을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시현하려는 의례이다. 그러나 이 해물리기는 마을신앙에서만 편차되어 있는 의례가 아니라 가정신앙이나 무속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definition
동제(洞祭)에 초대받지 못했어도 몰려든 [잡귀잡신](/topic/잡귀잡신)을 동신(洞神)에게 바치고 남은 찌꺼기 제물로 풀어먹인 뒤에 [마을](/topic/마을) 바깥으로 내치는 마을신앙의 마지막 절차. 마을의 화평을 위해 산신을 비롯한 여러 동신의 호의(好意)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언제라도 마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인 잡귀잡신을 내쫓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주기적으로 마을에서 잡귀잡신을 구축(驅逐)하여 마을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시현하려는 의례이다. 그러나 이 해물리기는 마을신앙에서만 편차되어 있는 의례가 아니라 가정신앙이나 무속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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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영
정의동제(洞祭)에 초대받지 못했어도 몰려든 [잡귀잡신](/topic/잡귀잡신)을 동신(洞神)에게 바치고 남은 찌꺼기 제물로 풀어먹인 뒤에 [마을](/topic/마을) 바깥으로 내치는 마을신앙의 마지막 절차. 마을의 화평을 위해 산신을 비롯한 여러 동신의 호의(好意)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언제라도 마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인 잡귀잡신을 내쫓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주기적으로 마을에서 잡귀잡신을 구축(驅逐)하여 마을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시현하려는 의례이다. 그러나 이 해물리기는 마을신앙에서만 편차되어 있는 의례가 아니라 가정신앙이나 무속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정의동제(洞祭)에 초대받지 못했어도 몰려든 [잡귀잡신](/topic/잡귀잡신)을 동신(洞神)에게 바치고 남은 찌꺼기 제물로 풀어먹인 뒤에 [마을](/topic/마을) 바깥으로 내치는 마을신앙의 마지막 절차. 마을의 화평을 위해 산신을 비롯한 여러 동신의 호의(好意)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언제라도 마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인 잡귀잡신을 내쫓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주기적으로 마을에서 잡귀잡신을 구축(驅逐)하여 마을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시현하려는 의례이다. 그러나 이 해물리기는 마을신앙에서만 편차되어 있는 의례가 아니라 가정신앙이나 무속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내용해물리기는 해(害)를 물리는 행위와 과정 및 결과를 뜻한다. ‘해’는 인간을 이롭게 하지 않고 오히려 훼방을 놓으며, 이로 인해 피해와 손상을 주는 일체의 비가시적(非可視的) 존재나 힘을 일컫는다. ‘해롭다’, ‘해치다’, ‘해코지’ 등의 낱말에서 보이는 ‘해’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물리기는 ‘물리다’란 동사의 명사형이다. ‘물리다’는 굿 따위를 하여 귀신을 쫓아낸다는 뜻을 지닌다. 이에 따라 해물리기는 [마을](/topic/마을)에 해를 끼치는 모든 초인간적 존재 및 힘을 몰아내는 의례인 셈이다.

해를 일으키는 주범은 [잡귀잡신](/topic/잡귀잡신) 또는 객귀(客鬼)라고 인식된다. 이들은 주로 조상이 되지 못한 불쌍한 귀신이다. 조상도 본질적으로 귀신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정상적인 삶과 죽음을 겪었고, 더욱이 봉제사(奉祭祀)를 해 줄 후손을 두었기에 부정적 의미의 귀신에서 벗어나 조상으로 승격된 [혼백](/topic/혼백)들이다. 사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저승에 안착하고, 후손과 정기적으로 상봉하는 제사를 통하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접도 받는다. 그러나 객귀는 생전의 삶도 평탄하지 못했고 죽음의 순간도 비극적이다. 정식 장례절차를 통해 그 죽음이 애도되는 기회도 없었다. 생물학적으로는 죽었으되, 상징적으로는 온전한 죽음을 겪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승에도 저승에도 귀속되지 못하고, 이곳에도 저곳에도 거처할 곳이 없는 ‘뜬 귀’가 되어 객귀란 나쁜 이름까지 얻었다. 후손도 없지만 있어도 비정상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들 잡귀잡신은 늘 소외감에 시달린다. 누구도 반가워하지 않고 피하거나 아예 모멸적으로 구박을 하고 내치기 일쑤이다. 외롭고 위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굶주리고 헐벗은 상태이다. 처지가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소외감을 달래고 배고픔을 면하기 위하여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특히 사람들이 흥청거리고 술과 음식이 푸짐한 잔치판에는 어김없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마을의 종교적 잔치인 동제는 잡귀잡신들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들은 산신이나 다른 마을 신령처럼 동민(洞民)으로부터 초대받지 못했어도 기를 쓰고 찾아든다. 물론 동제를 시작하기 전에 마을에 [금줄](/topic/금줄)을 치고 [황토](/topic/황토)도 뿌려서 잡귀의 범접을 막았지만 이미 마을에 들어와 있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온 잡귀들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잡귀잡신이 마을에 계속 머물거나 돌아다닌다면 결국 재앙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예기치 못한 각종의 해를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제관](/topic/제관)은 동제의 마지막 절차로서 비록 동신에게 바치고 남은 찌꺼기 술과 음식으로나마 잡귀잡신을 실컷 풀어먹여 잘 달래는 한편 겁박하여 그들을 마을 바깥으로 내친다.

이러한 해물리기는 반드시 마을 어귀에서 행한다. 마을 어귀는 마을의 안과 밖을 차단하는 동시에 연결하는 경계이며 문이기 때문이다.

먼저 제관은 허드렛물이나 된장국을 담은 바[가지](/topic/가지)에 제물을 조금씩 담고 식칼이나 작대기로 휘휘 저어 섞어서 준다. 그리고 잡귀에 대한 회유와 협박의 이중적 의미가 담긴 주언(呪言)을 외치며 마을 바깥을 향하여 힘차고도 위협적으로 뿌린다. 바가지에 담긴 음식물은 땅바닥에 볼품없고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다. 이런 음식이나마 잡귀들은 허겁지겁 먹고 마을 바깥으로 쫓겨 나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당제의 해물리기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병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부락 잡신 너희들에게 고한다. 이(李)가나 홍(洪)가나 김(金)가나 명(明)가나 여러 각종 성바지 오라는 데 없고 갈 데 없고 먹을 데 없는 너희들을 위해서 우리 동네에서 갖은 성찬(盛饌)을 마련하여 너희들에게 먹이고자 차려 놓았으니 많이 먹고 우리 부락에 이로운 것은 많이 가지고 오고 해로운 것은 너희들이 가지고 가거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당장 거리 중천으로 모두 다 혼백으로 보내니라! 횟씨싸!”


말로는 성찬이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형편없이 보잘것없는 제물이다. 그러나 이 음식이나마 먹고 마을에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잘 먹었다 못 먹었다 아무 푸념도 하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오던 길로 그대로 사라지라는 것이다. 잡귀 주제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물러가지 않으면 대칼로 목을 찔러 한강에 던지든지 앞으로 국냄새나 장냄새도 못 맡게 할 만큼 쫄쫄 굶기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리고 ‘헛파세!’, ‘사파세!’, ‘사파하!’, ‘합시다까라!’ 등 모호한 주언이 구사된다.

다음으로 잡귀들이 정말로 마을 바깥으로 쫓겨 나갔는지를 확인한다. 제관은 식칼을 마을 바깥으로 멀리 내던진다. 이때 식칼의 날카로운 끝 부분이 마을 바깥을 향해 떨어지면 잡귀가 구축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손잡이 부분으로 되어 있으면 아직 나가지 않은 것이다. 제관은 식칼의 끝 부분이 바깥으로 향할 때까지 여러 번 던진다. 이는 잡귀 구축 여부를 알아보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으려는 잡귀를 강제로 몰아내는 마지막 시도이기도 하다. 어떤 마을에서는 제관이 화살에 [수수](/topic/수수)팥단지를 꽂아서 활로 쏘아 날리거나 손으로 수수팥단지를 힘차게 내던지기도 한다.

잡귀 구축이 확인되면 제관은 지체 없이 식칼을 들고 바로 그 자리의 땅바닥에 X 자를 긋는다. 그리고 식칼을 X의 교차점에 힘차게 꽂고 바가지를 그 위에 얹는다.

여기서 X는 잡귀잡신이 내몰려 나간 ‘마을 바깥’과 그들이 쫓겨나가 깨끗해진 ‘마을 안’을 차단하는 상징적인 부호이다. X의 교차점에 꽂은 칼은 이러한 의미를 보강할 뿐만 아니라 확정하기도 한다. 칼 위에 얹어 놓은 바가지는 이튿날에야 수습한다.

마을에 따라서는 해물리기를 하자마자 사람들이 곧바로 요란한 함성을 지르면서 마을 안으로 줄달음쳐 돌아오기도 한다. 이때 누구도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당제에 의하여 정화된 마을에 잡귀가 뒤쫓아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해물리기의 목적이나 방식은 굿무의 ‘뒷전거리’나 경무(經巫)의 ‘내전(內奠)’과도 거의 비슷하다. 또한 가정신앙의 주술적 민간요법인 ‘해물리기’나 ‘[잔밥먹이기](/topic/잔밥먹이기)’와도 상통한다. 곧 굿에 초빙된 조상들을 따라 쫓아온 잡귀잡신을 풀어먹이는 굿의 송신(送神) 과정이며, 또한 재수가 없어 느닷없이 객귀가 붙어 생긴 급박한 질병을 역시 그들을 된장국이나 시래깃국 등으로 풀어먹여서 집 바깥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민간 사고의 한 단면을 살필 수 있다. 마을에 해가 된다고 하여 잡귀잡신을 구박만 해서 내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찌꺼기 제물이나마 배불리 먹이려는 동민들의 심성을 읽어야 한다.
참고문헌나로도의 당제 (최덕원, 남도민속고, 삼성출판사, 1990)
[마을](/topic/마을)신앙의 사회사 (이필영, 웅진, 1994)
해물리기와 [잔밥먹이기](/topic/잔밥먹이기) (이필영, 한국의 가정신앙, 하, 민속원, 2005)
X와 十의 상징성 (이필영, 박물관학보 10․11, 한국박물관학회, 2006)
내용해물리기는 해(害)를 물리는 행위와 과정 및 결과를 뜻한다. ‘해’는 인간을 이롭게 하지 않고 오히려 훼방을 놓으며, 이로 인해 피해와 손상을 주는 일체의 비가시적(非可視的) 존재나 힘을 일컫는다. ‘해롭다’, ‘해치다’, ‘해코지’ 등의 낱말에서 보이는 ‘해’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물리기는 ‘물리다’란 동사의 명사형이다. ‘물리다’는 굿 따위를 하여 귀신을 쫓아낸다는 뜻을 지닌다. 이에 따라 해물리기는 [마을](/topic/마을)에 해를 끼치는 모든 초인간적 존재 및 힘을 몰아내는 의례인 셈이다.

해를 일으키는 주범은 [잡귀잡신](/topic/잡귀잡신) 또는 객귀(客鬼)라고 인식된다. 이들은 주로 조상이 되지 못한 불쌍한 귀신이다. 조상도 본질적으로 귀신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정상적인 삶과 죽음을 겪었고, 더욱이 봉제사(奉祭祀)를 해 줄 후손을 두었기에 부정적 의미의 귀신에서 벗어나 조상으로 승격된 [혼백](/topic/혼백)들이다. 사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저승에 안착하고, 후손과 정기적으로 상봉하는 제사를 통하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접도 받는다. 그러나 객귀는 생전의 삶도 평탄하지 못했고 죽음의 순간도 비극적이다. 정식 장례절차를 통해 그 죽음이 애도되는 기회도 없었다. 생물학적으로는 죽었으되, 상징적으로는 온전한 죽음을 겪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승에도 저승에도 귀속되지 못하고, 이곳에도 저곳에도 거처할 곳이 없는 ‘뜬 귀’가 되어 객귀란 나쁜 이름까지 얻었다. 후손도 없지만 있어도 비정상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들 잡귀잡신은 늘 소외감에 시달린다. 누구도 반가워하지 않고 피하거나 아예 모멸적으로 구박을 하고 내치기 일쑤이다. 외롭고 위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굶주리고 헐벗은 상태이다. 처지가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소외감을 달래고 배고픔을 면하기 위하여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특히 사람들이 흥청거리고 술과 음식이 푸짐한 잔치판에는 어김없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마을의 종교적 잔치인 동제는 잡귀잡신들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들은 산신이나 다른 마을 신령처럼 동민(洞民)으로부터 초대받지 못했어도 기를 쓰고 찾아든다. 물론 동제를 시작하기 전에 마을에 [금줄](/topic/금줄)을 치고 [황토](/topic/황토)도 뿌려서 잡귀의 범접을 막았지만 이미 마을에 들어와 있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온 잡귀들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잡귀잡신이 마을에 계속 머물거나 돌아다닌다면 결국 재앙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예기치 못한 각종의 해를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제관](/topic/제관)은 동제의 마지막 절차로서 비록 동신에게 바치고 남은 찌꺼기 술과 음식으로나마 잡귀잡신을 실컷 풀어먹여 잘 달래는 한편 겁박하여 그들을 마을 바깥으로 내친다.

이러한 해물리기는 반드시 마을 어귀에서 행한다. 마을 어귀는 마을의 안과 밖을 차단하는 동시에 연결하는 경계이며 문이기 때문이다.

먼저 제관은 허드렛물이나 된장국을 담은 바[가지](/topic/가지)에 제물을 조금씩 담고 식칼이나 작대기로 휘휘 저어 섞어서 준다. 그리고 잡귀에 대한 회유와 협박의 이중적 의미가 담긴 주언(呪言)을 외치며 마을 바깥을 향하여 힘차고도 위협적으로 뿌린다. 바가지에 담긴 음식물은 땅바닥에 볼품없고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다. 이런 음식이나마 잡귀들은 허겁지겁 먹고 마을 바깥으로 쫓겨 나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당제의 해물리기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병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부락 잡신 너희들에게 고한다. 이(李)가나 홍(洪)가나 김(金)가나 명(明)가나 여러 각종 성바지 오라는 데 없고 갈 데 없고 먹을 데 없는 너희들을 위해서 우리 동네에서 갖은 성찬(盛饌)을 마련하여 너희들에게 먹이고자 차려 놓았으니 많이 먹고 우리 부락에 이로운 것은 많이 가지고 오고 해로운 것은 너희들이 가지고 가거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당장 거리 중천으로 모두 다 혼백으로 보내니라! 횟씨싸!”


말로는 성찬이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형편없이 보잘것없는 제물이다. 그러나 이 음식이나마 먹고 마을에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잘 먹었다 못 먹었다 아무 푸념도 하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오던 길로 그대로 사라지라는 것이다. 잡귀 주제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물러가지 않으면 대칼로 목을 찔러 한강에 던지든지 앞으로 국냄새나 장냄새도 못 맡게 할 만큼 쫄쫄 굶기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리고 ‘헛파세!’, ‘사파세!’, ‘사파하!’, ‘합시다까라!’ 등 모호한 주언이 구사된다.

다음으로 잡귀들이 정말로 마을 바깥으로 쫓겨 나갔는지를 확인한다. 제관은 식칼을 마을 바깥으로 멀리 내던진다. 이때 식칼의 날카로운 끝 부분이 마을 바깥을 향해 떨어지면 잡귀가 구축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손잡이 부분으로 되어 있으면 아직 나가지 않은 것이다. 제관은 식칼의 끝 부분이 바깥으로 향할 때까지 여러 번 던진다. 이는 잡귀 구축 여부를 알아보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으려는 잡귀를 강제로 몰아내는 마지막 시도이기도 하다. 어떤 마을에서는 제관이 화살에 [수수](/topic/수수)팥단지를 꽂아서 활로 쏘아 날리거나 손으로 수수팥단지를 힘차게 내던지기도 한다.

잡귀 구축이 확인되면 제관은 지체 없이 식칼을 들고 바로 그 자리의 땅바닥에 X 자를 긋는다. 그리고 식칼을 X의 교차점에 힘차게 꽂고 바가지를 그 위에 얹는다.

여기서 X는 잡귀잡신이 내몰려 나간 ‘마을 바깥’과 그들이 쫓겨나가 깨끗해진 ‘마을 안’을 차단하는 상징적인 부호이다. X의 교차점에 꽂은 칼은 이러한 의미를 보강할 뿐만 아니라 확정하기도 한다. 칼 위에 얹어 놓은 바가지는 이튿날에야 수습한다.

마을에 따라서는 해물리기를 하자마자 사람들이 곧바로 요란한 함성을 지르면서 마을 안으로 줄달음쳐 돌아오기도 한다. 이때 누구도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당제에 의하여 정화된 마을에 잡귀가 뒤쫓아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해물리기의 목적이나 방식은 굿무의 ‘뒷전거리’나 경무(經巫)의 ‘내전(內奠)’과도 거의 비슷하다. 또한 가정신앙의 주술적 민간요법인 ‘해물리기’나 ‘[잔밥먹이기](/topic/잔밥먹이기)’와도 상통한다. 곧 굿에 초빙된 조상들을 따라 쫓아온 잡귀잡신을 풀어먹이는 굿의 송신(送神) 과정이며, 또한 재수가 없어 느닷없이 객귀가 붙어 생긴 급박한 질병을 역시 그들을 된장국이나 시래깃국 등으로 풀어먹여서 집 바깥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민간 사고의 한 단면을 살필 수 있다. 마을에 해가 된다고 하여 잡귀잡신을 구박만 해서 내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찌꺼기 제물이나마 배불리 먹이려는 동민들의 심성을 읽어야 한다.
참고문헌나로도의 당제 (최덕원, 남도민속고, 삼성출판사, 1990)
[마을](/topic/마을)신앙의 사회사 (이필영, 웅진, 1994)
해물리기와 [잔밥먹이기](/topic/잔밥먹이기) (이필영, 한국의 가정신앙, 하, 민속원, 2005)
X와 十의 상징성 (이필영, 박물관학보 10․11, 한국박물관학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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